2019 인촌상 수상자
인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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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인촌상을 받을 만큼 학문적 성과를 냈는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더욱 근실하게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64)는 수상 소식을 듣고 숙연해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선구자이자 몽골제국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성과를 쏟아낸 석학이다. 몽골제국의 제도와 정책을 분석해 제국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유지된 단일한 실체로 입증했다.
1980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당시 국내에서 불모지와 다름없던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들었다.
중앙유라시아에서 명멸한 여러 민족의 역사를 그들의 입장에서 조명하기 위해 중국인의 시각이 반영된 한문 사료가 아니라 원 사료를 분석했다. 언어 공부부터 시작했다. 1980년대 중앙유라시아는 거의 공산권이어서서 현지 방문도 불가능했다.
“15∼18세기 위구르 말은 미국에도 가르치는 분이 없어 독학했지요. 중세 텍스트는 현대어 사전에는 없는 어휘가 있어 여러 사전을 찾아보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그가 해독할 수 있는 언어는 몽골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튀르크어, 위구르어 등 10개 정도 된다.
세계에 흩어진 사료를 수집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요즘은 웬만한 사료의 사본을 온라인으로 구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현지에 가서 사본을 만들어야 했다. 김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에는 유라시아 각지의 박물관에서 복사하거나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해 인쇄한 자료들이 빼곡하다.
한때 중앙유라시아를 누비며 찬란한 문화를 만들었지만 현대에는 위축됐거나 다른 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았던 유목 민족의 역사가 객관적인 시선에서 되살아났다. 19세기 중반 중국 서북부 신장(新彊)지역 무슬림의 혁명운동을 다룬 연구서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사계절)은 미국 스탠퍼드대가 ‘Holy War in China’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몽골제국과 고려’(서울대출판부), 몽골제국의 역사를 페르시아어로 기록한 ‘집사(集史)’의 역주서, 교양서 ‘황하에서 천산까지’(사계절),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돌베개) 등 여러 저서를 냈다. 2017년부터는 국제역사학회 한국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을 맞는 그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세계 학자 약 40명의 글을 모아 출판하는 ‘몽골제국사’의 책임편집을 계속하는 한편 몽골제국의 군사, 민정, 교통, 통신 등 ‘제국적 제도’를 몽골인의 관점에서 총괄하는 책을 쓸 계획이다.
“우리의 문화적 관심과 지식이 지역적으로 편향돼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중국 일변도였고, 현대에는 서구 일변도지요. 신라부터 조선 초까지 우리의 문화 채널은 초원과 유라시아 멀리까지 연결돼 있었어요. 우리 문화의 또 다른 근원이자 역동성의 원천이죠. 중앙유라시아사 연구를 통해 우리의 문화적 채널도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64)는 수상 소식을 듣고 숙연해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선구자이자 몽골제국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성과를 쏟아낸 석학이다. 몽골제국의 제도와 정책을 분석해 제국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유지된 단일한 실체로 입증했다.
1980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당시 국내에서 불모지와 다름없던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들었다.
중앙유라시아에서 명멸한 여러 민족의 역사를 그들의 입장에서 조명하기 위해 중국인의 시각이 반영된 한문 사료가 아니라 원 사료를 분석했다. 언어 공부부터 시작했다. 1980년대 중앙유라시아는 거의 공산권이어서서 현지 방문도 불가능했다.
“15∼18세기 위구르 말은 미국에도 가르치는 분이 없어 독학했지요. 중세 텍스트는 현대어 사전에는 없는 어휘가 있어 여러 사전을 찾아보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그가 해독할 수 있는 언어는 몽골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튀르크어, 위구르어 등 10개 정도 된다.
세계에 흩어진 사료를 수집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요즘은 웬만한 사료의 사본을 온라인으로 구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현지에 가서 사본을 만들어야 했다. 김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에는 유라시아 각지의 박물관에서 복사하거나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해 인쇄한 자료들이 빼곡하다.
한때 중앙유라시아를 누비며 찬란한 문화를 만들었지만 현대에는 위축됐거나 다른 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았던 유목 민족의 역사가 객관적인 시선에서 되살아났다. 19세기 중반 중국 서북부 신장(新彊)지역 무슬림의 혁명운동을 다룬 연구서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사계절)은 미국 스탠퍼드대가 ‘Holy War in China’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몽골제국과 고려’(서울대출판부), 몽골제국의 역사를 페르시아어로 기록한 ‘집사(集史)’의 역주서, 교양서 ‘황하에서 천산까지’(사계절),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돌베개) 등 여러 저서를 냈다. 2017년부터는 국제역사학회 한국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을 맞는 그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세계 학자 약 40명의 글을 모아 출판하는 ‘몽골제국사’의 책임편집을 계속하는 한편 몽골제국의 군사, 민정, 교통, 통신 등 ‘제국적 제도’를 몽골인의 관점에서 총괄하는 책을 쓸 계획이다.
“우리의 문화적 관심과 지식이 지역적으로 편향돼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중국 일변도였고, 현대에는 서구 일변도지요. 신라부터 조선 초까지 우리의 문화 채널은 초원과 유라시아 멀리까지 연결돼 있었어요. 우리 문화의 또 다른 근원이자 역동성의 원천이죠. 중앙유라시아사 연구를 통해 우리의 문화적 채널도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적 |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에 40년 가까이 천착하며 이 분야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유목 소수민족의 역사를 그들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서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로 부임해 제자들을 양성했다. 1993년 중앙아시아연구회를 창설했고 2002년 중앙아시아학회장을 지냈다. 대중성을 갖춘 여러 저술도 이 분야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지적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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