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회

2024 인촌상 수상자

박정자
언론문화 박정자 연극배우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요. 인촌상이 연극배우에게 주어지는 건 처음이기에 더욱 감사합니다. 앞으로 후배들이 상 받을 기회가 열린 것 같아서요.”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연극배우 박정자 씨(82)를 만났다. 1962년 데뷔 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박 씨는 “과거 잘나가던 한때의 배우가 아니라 현역 배우로서 받은 상이라 뜻깊다. 이름값을 하기 위해 여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씨는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총 16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도 연극 ‘햄릿’, 뮤지컬 ‘영웅’ 등 세 편에서 조연 및 단역을 맡았다. 박 씨가 보여준 수첩은 연습과 공연 일정 메모로 빼곡했다. 그는 “배역의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다. 객석을 등진 채 앉아 있기만 해도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실력이 중요하다”며 “어제 한 연습 오늘 또 하는 건 소용없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연극과의 첫 만남은 그가 여덟 살이던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이 나기 직전이다. 박 씨는 “극단 ‘신협’ 연구생이던 오라버니(박상호 영화감독)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러 간 부민관에서 연극 ‘원술랑’을 봤다. TV조차 없던 시절, 어린아이가 마주한 판타지는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내게 연극은 운명과도 같았다.”

박 씨는 1963년 동아방송(DBS) 성우극회 1기로 활동했고, 1966년 극단 자유의 창단 멤버가 되며 연극 ‘따라지의 향연’ 등에 출연했다. ‘신의 아그네스’를 비롯해 숱한 대표작을 남겼고, 동아연극상을 3번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에 서는 것은 지금도 혼신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요즘도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립니다. 객석 앞에서 대사를 잊어버리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어떤 호흡과 발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할지 지금도 끝없이 고민하곤 합니다.”

박 씨는 2005년부터 12년간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연극인 처우 개선에 힘쓰기도 했다. 그는 배우로서 연극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주위에 전달하고자 했으며, 그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하겠다고 했다.

“일평생 가장 잘한 선택은 배우가 된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것이 꿈이에요. 염치없을 만큼 큰 욕심이지만요. 내 가슴속 불덩이가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불을 지피겠습니다.”
수상자의 공적, 학력 및 경력을 나타내는 표
공적 1962년 연극 ‘페드라’ 이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르면서 일생을 연극에 헌신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금언을 자신의 연극 정신으로 삼아 160여 편의 연극 작품에 주연, 조연, 앙상블(주·조연 제외한 배역)을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으며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나의 종교는 연극이다’라는 말로 삶의 지표와 가치를 표현하기도 했다. 1986년 연극 ‘위기의 여자’로 여성 관객들을 대거 문화 현장으로 불러내는 트렌드도 만들었다. 당시 만들어진 후원조직 ‘꽃봉지회’와 함께 연극 대중화 운동과 연극인의 복지 향상에도 힘썼다.
학력 및 경력 1961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입학
1962 ‘페드라’로 연극배우 시작
1966 극단 자유 창단 단원
2004 이화여대 명예졸업
2005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2008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2020 관악문화재단 이사장
-----------------
1970, 1985, 1986 동아연극상
1970, 1987, 1990 백상예술대상
1985 대종상 여우조연상
1986 연극 ‘위기의 여자’
1991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1993 연극 ‘햄릿’
1996 이해랑연극상
2007 보관문화훈장
2011 대한민국 연극대상 특별상
2015 연극 ‘해롤드와 모드’
2020 3·1문화상 예술상
2023 이화여대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2024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햄릿’ / 뮤지컬 ‘영웅’

38회(2024년)

  • 홍정길 교육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
  • 박정자 언론문화 박정자 연극배우
  • 안대회 인문사회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권인소 과학기술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KAIST교수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