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선생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1991년6월29일 각계인사8백40명이 모여 <인촌선생탄신1백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위원회는 발족취지문을 통해 <일제하의 고난과 광복후의 진통을 겨레와 함께 극복하면서 민족주의의 성취, 민주주의의 실현, 민족문화의 창달에 헌신하셨던 인촌선생님의 탄신1백주년을 맞아 선생의 유덕을 기리고 유지를 현양할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모임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공공장소에 인촌선생 동상을 건립하고 △21세기를 향한 한국과 한국인의 좌표와 지향을 모색하는 논문집을 출간하며 △시사문제를 중심으로 한 강연회 및 외국의 저명인사 초청강연회를 갖기로 하였다.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동아일보사와 공동으로 1991년7월10일부터 16일까지 한국프레스센터 회의실에서 <2000년대를 향한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5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 심포지엄은 지난 한세기동안 이 나라 이 민족이 겪은 쓰라린 경험을 교훈삼아 향후1백주년의 한국을 냉철하고도 과감하게 설계해보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은 인촌 김성수선생 탄신1백주년 기념논문집<2000년대를 향한 한국의 선택>이란 책으로 출간되었다. 부문별 주제 및 발표자는 다음과 같다.
-통일안보
통일전망과 우리의 대응책 = 안병준(연세대교수)
새국제질서와 한국의 대응 = 이상우(서강대교수)
-경제
2000년대를 향한 경제의 발전전략 = 박영철(고려대교수)
2000년대를 향한 노사관계 = 박세일(서울대교수)
한국금융의 현실과 당위 = 정운찬(서울대교수)
도시화와 국토개발 = 최병선(국토개발연구원)
한국농업의 구조와 국제화 = 서종혁(한국농촌경제연구회)
복지국가와 복지재정 = 이계식(한국개발연구원)
-교육
2000년대 한국교육의 목표와 방향 = 김종철(전 서울대교수)
교육과 경제 = 임원택(전 서울대 교수)
-정치
바람직한 민주정치질서의 창조 = 한배호(고려대교수)
한국의 정당정치와 민주발전 = 김영국(서울대 교수)
한국인의 정치의식 = 김경동(서울대교수)
한국의 법현실과 민주화 = 김철수(서울대교수)
-사회
비이성 갈등구조의 특징 = 송 복(연세대교수)
문화과정과 문화발전 = 임희섭(고려대교수)
언론의 책임과 현실 = 유재천(서강대교수)
전환기의 위기극복과 시민공동체 구축 = 황경식(서울대교수)
인촌기념회는 동아일보사와 공동으로 1991년9월30일오후2시 고려대학교 경영관 강당에서 그리스철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제프리 로이드 박사(영국 케임브리지대 다윈대학학장)를 초빙, <서구대학교의 역사적 전망>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인촌의 유업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인촌기념관 개관 기념식이 1991년10월11일 오전11시 고려대 구내 기념관1층 강당에서 이어령 문화부장관 기세훈 인촌기념회이사장 김상만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희집고려대총장 교직원 학생등 각계인사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이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미래는 국제화 정보화가 더욱 심화되는 시대이며 이를 정의와 관용과 타협의 용기로써 체계화하고 이론화하는 시대다. 전시대적인 아집과 독선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의 광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광장의 상징으로 인촌기념관을 세운 것이다. 인촌선생의 건학의 집념이 서린 이 자리에 인촌탄신1백주년을 맞아 인촌기념관을 세우게 된 것은 고려대학교가 세계의 명문대학으로 향하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기념관은 국제회의실 대강당 상설전시실 등 학문 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휴게실 식당 등의 편의시설 및 고려중앙학원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공간들이 고려대인들의 학문연찬과 문화창조를 위한 격의없는 대화와 토론의 광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아가 세계를 향한 힘찬 통로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하고 고려대학교에 이 건물을 기증한다는 뜻으로 김희집고려대총장에게 기념관 열쇠를 주었다.
이어 김총장은 <인촌기념관은 고려대의 또 다른 상징적 건물로서 건물만 웅장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위한 정신과 의지를 웅장하게 세울 것이라고 본다. 60년전 인촌선생이 지으신 본관 건물의 위용속에 이미 해방 후 고려대학교의 발전이 예비되었듯이 이 인촌기념관의 정신과 의지 속에서 21세기의 고려대학교는 잉태되고 또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상4층 지하1층 연건평2천1백71평 규모의 인촌기념관은 객석1천여석의 강당과 국제회의실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기념관 정문을 들으서면 정면벽에 <민주주의는 자치를 기초로>라는 인촌선생의 글이 동판에 새겨져있다.
인촌기념회와 고려대학교는 개관기념행사로 경제학술회의(15일), 과학기술학술회의(17일), 기념음악회(18일), 기념강연회(25일)를 잇따라 개최하였다.
인촌 김성수선생탄신 1백주년 기념식 및 제5회 인촌상시상식이 1991년10월11일 오후 5시반 서울롯데호텔 사파이어 볼룸에서 각계인사 및 수상자 가족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채문식 인촌김성수선생탄신 1백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이날 기념식개식사를 통해 <인촌선생은 민족의 암흑시절에 겨레의 등불과 같은 대선각자였다>고 말하고 <민족의 새로운 대도약이 있어야 할 절박한 시점에서 우리 모두 인촌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김수환추기경은 기념사에서 <인촌선생은 교육 산업 언론을 통해 민족독립의 길을 열고 해방후 건국의 기틀을 다진 경륜가였다>면서 <사회해체의 위기를 맞아 공선사후 신의일관등 인촌선생의 정신과 유덕을 살려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기념식에 이은 인촌상시상식에서 기세훈이사장은 산업기술부문의 김선홍(기아그룹회장), 언론출판부문의 박권상씨(언론인), 공공봉사부문의 김기창씨(한국농아복지회장) 문학부문의 박재삼씨(시인), 학술부문의 백용균씨(한양대학교 명예교수)등 5명에게 상패와 기념메달 및 상금2천만원씩을 전달하였다.
이날 김상만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유족대표인사에서<선고의 탄생1백주년을 맞아 우리 유족들은 선고의 뜻을 계승하고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시상식이 끝난 뒤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축하연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동아일보 10월12일자 <횡설수설>
노자는 <大者宜爲下>라고 하여 대인은 마땅히 남의 아랫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善用人者爲之下>라고도 하여 인재를 잘 쓰는 사람은 항시 남의 아랫자리에 있으며 겸양과 담박으로 남을 돕고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기를 펴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울타리를 쳐주는 것이 참 경륜이요, 사람을 선용하는 지혜라는 뜻이지만 요즘의 얄팍한 실용주의적 경영론으로는 미치기 어려운 높은 뜻이 있다. ▲11일 오후 인촌김성수선생탄신 1백주년기념식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인촌의 인품과 경륜의 철학을 술회하면서 노자의 이 말을 인용했다. 참으로 적합한 비유라 하겠다. 그만큼 인촌은 인재를 모으기 위해 한평생 스스로 몸을 낮추고 겸양과 담박과 절제의 수범을 보였다. 그의 주위에 기라성 같은 한 시대의 인재들이 운집했고 이들에 의해 인촌의 사업은 반석위에서 번창했다. 그것이 오늘의 고려대학교 중앙중고등학교요, 경성방직이요, 동아일보다.
▲인촌탄신1백주년사업으로 고려대학교 구내에는 연건평2천평이 넘는 웅장한 인촌기념관이 섰고 서울대공원안에 동상이 세워진다. 그리고 <평전 인촌김성수>와 탄신1백주년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됐던 논문들을 모은 <2000년대를 향한 한국의 선택>이란 책2권이 출간됐다. 이밖에 인촌기념관 개관기념 음악회가 열리고 11일의 기념식과 제5회 인촌상시상식이 열리는 등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꼬리를 잇고 있다. ▲역사적인 한 인물의 업적을 조명하는 행사로는 적은 양이 아니지만 인촌의 한국현대사에서의 비중으로 보면 결코 많은 행사도 아니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방종과 무질서, 이기주의와 무절제로 사회공동체가 표류하고 있는 시점에서 인촌의 공선사후 신의일관 담박명지의 평생훈은 되살려야할 우리사회의 공동선이다. 그리고 그의 애국정신에 입각한 민족의 자주 자강을 위한 평생의 경륜은 來世紀의 한국의 진로를 가늠하는 민족적 힘과 지혜의 샘으로 널리 선양하는 것이 마땅하다.
체신부는 1991년10월11일자로 인촌김성수선생 탄신1백주년 기념엽서1백만장을 발행하였다. 이 엽서에는 인촌기념관 전경과 <공선사후>라는 인촌선생의 친필휘호가 담겨져 있다.
인촌기념관개관기념 음악회가 1991년10월18일 저녁7시반 고려대구내 인촌기념관 강당에서 열렸다.
1천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날 음악회 1부에서는 역대 동아콩쿠르출신의 피아니스트 신수정 김형규 김금봉씨, 성악가 이규도 고성현씨가 출연, 모차르트 쇼팽의 피아노곡과 우리민요 오페라아리아를 들려주었다. 2부에서는 김민 김남윤씨등 역대 동아콩쿠르 출신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이 드보르자크와 그리그의 경쾌한 실내악 선율을 선사했다.
인촌기념회는 동아일보 고려대와 공동으로 현재 영국하원의원인 히스전총리를 초청, 1991년10월25일 오후5시반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하나의 세계-미래의 도전>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강연회에 앞서 동아일보 김상만 명예회장은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계동 인촌기념관에서 동아일보와 인촌기념회 고려대학교 공동으로 히스 전총리를 위한 만찬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박준규 국회의장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 김대중 민주당공동대표 김종필 민자당최고위원 데이비드 라이트 주한영국대사 토머스 화이트 주한영국문화원장 김용식 한영협회회장 채문식 인촌탄신1백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김희집 고려대총장 언론인 박권상씨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