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박두진 찬시(讚詩)

박두진 시인



그때 당신이 이땅에 나심은
당신이 나시기를
일찍부터 이땅이 기다렸음이어니

높고 깊고 줄기찬 당신의 겨레사랑
나라사랑
뜨거운 그 얼과 넋
맥맥히 우리에게 오늘로 이어오고
그 묵묵히 이루신 일
날로 더욱 우뚝하게
우리곁에 빛나라

그때 나라 잃고 빼앗기고
암담할 때
겨레 모두 실의에 차 방황하던 때
미리 보고 멀리 살핀 당신의 밝은 예지
투철하고 공고했던 경륜과 그 신념
겨레 정신 겨레 역량 키워 왔거니

그 광복 해방기
너무 벅차 겨레 모두 들떠 있을 때
외세 내분
납북 좌우 온겨레가 갈피 못잡을 때
다만 민족
일편단심 민족의 꿈
지켜보려 했던
불행했던 역사 얼룩 몸으로 받은
안의 상처 그 당신 아픔
누가 알으리

바르고 강직하되 너그럽고 겸허하고
솔선해서 실천하되 공은 먼저 남에게
신의는 태산같이 도량은 바다같이
누구나가 기리고
찬탄하던 인격

진실로
한 시대 한 생애를 후회없이 살으신
값지고 그 높은 정신

겨레 우리 역사속에 영원하리라
언제까지 겨레 앞길
불밝히리라

1986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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