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변화하는 세계속의 한미관계
1991년 걸프전인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수행한 미국의 전쟁영웅인 파월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국무장관으로 대북 협상파로도 꼽힌다.
파월 전 장관은 자신과 한국의 인연을 소개하며 “동두천 주한미군 근무 시절을 통해 한국 문화에 애착을 갖게 됐다. 한국인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한국의 일류대에 입학한 여러분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외된 이웃들, 특히 해외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재능과 시간을 나눠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연에 이어 파월 전 장관은 대학생들과 취재진의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미관계의 복원에 대해 말했다. 복원은 한 번 훼손된 적이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는데….
“한미 동맹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학생운동도 있었고, 주한미군 기지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여러 문제 때문에 훼손됐다고 하지만 항상 회복돼 왔다. 한미관계가 끝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다시 한 번 한미관계가 탄탄해지는 것을 볼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쇠고기 수입 문제가 있지만 이 또한 해법을 찾을 것이다. 미국 대선 후보들은 FTA 등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볼 때 한미 동맹에는 이견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인권에 대한 신념,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믿음이다.”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할까.
“주한미군은 한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간다. 몇 년 전에는 북한도 심지어 ‘통일 후 미군이 계속 주둔해도 허용하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한국 일본 등 태평양 국가들은 미군 주둔을 통해 안정적인 환경을 누릴 수 있다. 통일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고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미국도 지지할 것이다. 통일 후에도 미군이 남길 원하면 미국은 어떤 규모로라도 주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통일 후 미군 주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지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비용과 노력이 들고 정치적인 논란도 있는데 왜 주한미군을 두는가.
“북한이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 미군은 한국에 주둔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평화를 위해서, 한국과 미국의 이익 모두를 위해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이란 형태로 가시화된다.”
―대북정책에는 지원책이냐, 강경책이냐는 딜레마가 있다.
“딜레마는 북한이 만들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선하면 그에 대한 대가는 주는 것이 맞다. 한국은 계속해서 북에 좋은 결과를 주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에 ‘주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 북한은 늘 불평할 것이고 비난과 위협을 가하겠지만 실천할 수 없는 위협인 게 많다.”
―북한이 변할까.
“내가 6자회담 틀을 마련했던 것은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 대화함으로써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미국뿐 아니라 인접 국가들과 함께 합의해 주면 북한도 스스로의 안보에 대해 확신을 갖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북한은 외교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제 유지가 목표인 나라다. 늘 적대 상황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도 북한 걱정을 많이 했다. 북한이 국민을 챙기는 정권이 아니라서 국민을 굶기기 때문이다.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한국이 현대화와 인터넷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 어떤 삶이 가능할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도 사람인데 언젠간 세대가 바뀌지 않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평가해 달라.
“노 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북한에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김 위원장처럼 (체제) 유지에만 급급해하는 사람이 상대라는 게 문제다. 원조 상대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접근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국무장관 시절) 이라크전쟁을 결정했다.
“사담 후세인은 정말 악인이었다. 그래서 (이라크전쟁) 결정을 지지했다. 다만 결정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나에게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정보를 잘못 줬다. 우리는 (무기가) 있다는 전제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막상 갔더니 (무기가) 없더라.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바그다드 함락 이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라크의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 것이다. 우리가 싫든 좋든 소요사태를 진압했거나 이라크군이 그럴 능력이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수니파와 시아파 등 다양한 종파 간 갈등은 미군이 해결할 수 없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미군 병력을 줄이고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해 이라크군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
―티베트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게 단순한 티베트의 독립은 아닌 것 같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 측과 충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